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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미학(美學)
2017-11-14 오전 10:13:50 (주)성주자치신문 mail sjj@sjjnews.co.kr





    칼럼리스트 양 성 원






    초가을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지는 파란 물감을 들인 듯한 하늘이 너무나 좋다. 짙은 군청색과 맑고 푸른색을 섞어놓은 아청빛 색감이다. 거기엔 산야가 따로 없고 하늘이 다른 데 없다. 


    11월 둘째날. 해인사 소릿길은 한산하면서도 가을 풍경은 넉넉하고도 상큼하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그 낭낭한 물소리 마져 촐랑되며 부드럽게 휘어진다. 파란 하늘에서 유리알 같은 햇살이 쨍그러니 떨어지고 수면을 타고 흐르는 너울에 나의 모습도 투명하게 그립고 정겨웁다. 초가을 우리나라의 풍경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추일서정(秋日抒情)의 우수도 고독을 씹어 삼키니 삶이 달콤하고 멋스럽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을 누구의 재주로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저 감탄사만 혼자 중얼거려 본다.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깊은 심부까지 유리알처럼 영롱한 모습으로 마음을 쏟아낸다.


    이런 깊어가는 가을엔 얼마나 걷기가 좋은가! 유럽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특권인 양 걷기를 예찬했다. 칸트나 루소, 괴테는 물론 윌리엄 워즈워스나 키에르케고르 등 이름깨나 날린 작가와 사상가들은 모두 걷고 산책하는 것을 현란한 수사(修辭)로 찬양했다고 한다. 


    니이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고, 다비드 르 브르통도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의 초대”라고 표현했다. “간소하게 살라”의 주창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걷기 예찬’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을 돈으로는 살 수 없다. 걷는 자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늘의 섭리가 필요하다. 걷는 자가 되려면 걷는 자의 피가 흐르는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풍자가들은 이런 걷기 예찬에 대해 “마음만은 귀족이고 고귀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비꼬기도 했지만 걷기가 물질이 아닌 마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초록의 세상도 세월에 지쳤는지 소슬바람에 얽매어 빨강, 파랑, 노랑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젠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지 않는가! 가을길이 주는 색감의 변화는 여름철에 그 뜨거웠던 머리를 식혀주고,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고뇌와 분노와 질투 등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가라 앉힌다. 여름이나 겨울과는 달리 가을은 사색과 더불어 걷기의 계절이다.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지고 텅 빈 기분이 든다. 이 가을에 제대로 한번 걷기조차 못한다면 소로의 말처럼 정말 신의 은총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이 가을엔 그리운 사람을 만나자. 농익은 삶을 노래하며 소주도 한잔하려무나. 


    오래된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자동차 정비사 카터는 헤어진 딸과 화해를 못하는 사업가 에드워드에게 더 이상 망설이지 말라며 이렇게 말한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데, 그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또 다른 하나는 네 인생이 남에게 기쁨을 얼마나 주었는가”라고 말이다. 죽음에 이르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별 볼 일 없는 사람’의 가치가 모두 같은 잣대로 평가된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 가끔은 왜 사는지, 인생의 기쁨은 무엇인지, 남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초저녁 어디선가 여리게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의 울림에 ‘너무 가까이 있어 무심하게 버려둔 건 없었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아침 운동 길에 함께 부는 바람의 냄새와 색깔도 완연히 달라졌다. 내일은 어디로 걸어봐야 할까? 아니면 푹푹한 시골냄새 맡으러 고향마을 찾을까? 행복한 고민이 다가온다.


    〈ysw6014@daum.net〉

    <저작권자©성주자치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7-11-14 10: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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